Elelphant's Dream



[Elephant] 황해_하정우, 김윤석(2010.12.22)

황해_한국영화(2010.12.22)

장르 범죄, 스릴러
감독 나홍진
출연 하정우(김구남), 김윤석(면정학), 조성하(김태원)

줄거리(네이버 영화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9986)
연변에서 택시를 모는 구남은 빚더미에 쌓여 구질구질한 일상을 살아간다. 한국으로 돈 벌러 간 아내는 6개월째 소식이 없고, 돈을 불리기 위해 마작판에 드나들지만 항상 잃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인청부업자 면가에게서 한국 가서 사람 한 명 죽이고 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절박한 현실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남은 빚을 갚기 위해, 그리고 아내를 만나기 위해 황해를 건넌다.

매서운 바다를 건너 서울로 온 구남은 틈틈이 살인의 기회를 노리면서 동시에 아내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자신의 눈 앞에서 목표물이 살해 당하는 것을 목격한 구남은 살인자 누명을 쓴 채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친다. 한편 청부살인을 의뢰한 태원은 모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구남을 처리하려 하고, 연변에 있던 면가 또한 황해를 건너와 구남을 쫓기 시작하는데…

Best_
1) 앞뒤 생각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잔혹한 스릴러를 즐기고픈 분
2) <추격자>에서 선보인 하정우, 김윤석의 콤비 플레이를 다시 확인하고픈 분

Worst_
1) <추격자>의 서스펜스를 기대하시는 분
2) 피 튀기는 잔혹함을 못 견디는 분



리뷰_Elephant의 평점 7.0
스포일러 포함

1. <황해>의 시작 : 불안의 미쟝센
기회가 된다면 나홍진 감독의 <완벽한 도미 요리>를 보기를 권한다. 2005년도에 제작된 9분 분량의 단편 영화다. 도미 요리를 완벽히 조리하기 위한 어느 셰프의 노력을 담았다. 고군분투로 시작한 셰프의 노력은 불안을 넘어 광기로 확장된다. 9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화면은 주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 모두, 한정된 조건 안에 빈틈없이 펼쳐진다. 그 안에서 나홍진 감독은 불안의 미쟝센을 요리하듯 맘껏 주무른다. 서스펜스와 불안의 미학이 스크린을 뒤덮는다. 3년 뒤인 2008년,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로 상업영화 데뷔를 치른다. 같은 해 제 7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나 감독은 신인감독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 등 다수를 수상한다. 스릴러 귀재가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다.

2. 인간이 개가 되는 순간 : 치정과 돈
<황해>는 인간 심리의 가장 저열한 부분을 극화한다. <황해>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물의 갈등은 모두 치정(癡情 : 남녀 간의 사랑에서 비롯되는 온갖 어지러운 정)에서 비롯한다. 김태원 사장과 주영의 불륜, 주영과 김승현 교수와의 외도, 이로 인한 두 남자의 갈등, 그리고 김승현 교수 부인과 김정현 과장의 외도, 구남 부인의 외도와 가출 등. <황해>에서 치정을 맺고 끝기 위해 동원되는 유일한 방법은 '살인'이다. 살인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돈으로 살인을 청구하는 자, 돈을 받고 살인을 청부하는 자. <황해>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2가지 축은 바로 치정과 돈이다. 인간이 개가 되는 순간이다.

3. 과장하여 보여주고 들려주기
갈등을 극화하기 위해 나홍진 감독이 선택한 방법은 과장하여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다. 면정학이 연변의 호텔에서 벗은 차림으로 무덤덤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은 잔혹의 이미지 그대로다. 사체를 어떻게 처리하냐는 부하의 물음에 면정학은 눈 하나 깜짝 않고 "대가리는 버리고, 몸통은 개한테 줘."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면정학은 바바리안(야만인) 또는 개가 되고, 잔혹함은 절정에 달한다. 면정학이 부산의 아지트에서 돼지 족발 뼈로 사정없이 김태원의 부하를 사정없이 죽여나가는 장면도 다르지 않다. 김구남이 김승현의 엄지 손가락을 잘라내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추격전도 마찬가지다. 귀를 찢는 굉음이 스크린 곳곳에서 퍼져 울린다. 서울 강남과 부산 시내를 관통하는 스펙터클한 추격전의 영상미는 이미 이 세계의 현실 감각을 넘어선다. 영화에 입혀진 음향 역시 잔혹함을 배로 자극한다. 뼈를 써는 소리, 둔기가 머리를 강타하는 소리, 그리고 살인 장면 곳곳에 깔린 음산한 배경음악은 보여지는 잔혹함을 넘어 불안감을 2배로 조장한다. 중국 연변, 강남과 지방 곳곳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액션과 음향은 끊임없이 관객의 불안을 충동질한다.

4. 서스펜스의 미학 : 선택과 집중의 문제
모든 감독은 결과를 지연시키는 데서 발생하는 서스펜스를 활용해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이러한 전개는 관객에게 특정한 기대를 만들게 한다. 이러한 기대를 속이거나 놀리는 방법을 통해 감독은 관객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이 때에 감독에게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요구되어진다.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이며(Story), 이것을 어떻게 전달할지(Telling)가 선택과 집중의 문제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것을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라 부른다.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도 서스펜스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꼽힌다. 관객이 기대하는 결과를 지연시킴으로써 관객에게 호기심과 놀라움을 전달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때 감독은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관객이 기대하는 모든 것을 그저 밋밋하게 전달한다면 영화의 호기심과 놀라움은 사라진다. 서스펜스에 관해 히치콕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 아주 순수한 잡담을 하고 있다. 우리 사이에 있는 이 탁자 밑에 폭탄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다가 갑자기 '꽝'한다. 폭발한 것이다. 관객은 놀라지만 이 놀라움 이전에 그들은 아무런 특별한 결과가 없는 아주 평범한 장면을 보고 있었다. 이제 서스펜스의 상황을 얘기해보자. 탁자 밑에 폭탄이 있으며 어쩌면 무정부주의자들이 폭탄을 그곳에 놓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것을 알고 있다고 하자. 관객들은 폭탄이 1시에 터질 것을 알며, 시계가 배경에 걸려있다고 하자. 관객들은 1시 15분 전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관객들이 이 장면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이 순진무구한 대화는 흡인력 있는 것이 된다. 관객은 화면 속의 인물들에게 그 사실을 경고하고 싶어한다. '그런 시시껄렁한 얘기나 하고 있으면 안 돼요. 탁자 밑에는 폭탄이 있고 곧 폭발할 거에요!'라고. 첫번째 경우에서 우리는 관객에게 폭발 순간에 15초의 놀라움을 주었다. 두번째 경우에는 그들에게 15분의 서스펜스를 제공했다. 결론은 가능한 한, 관객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Francois Truffuat, Hitchcock [New York : Simon and Schuster, 1967]: p52)

나홍진 감독의 <황해>에는 서스펜스가 없다. <황해>는 현재 이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암시를 관객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관객은 나홍진 감독이 보여주는대로 이끌려갈 뿐이다.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다가 갑자기 꽝'하는 상황의 연속적인 합을 2시간 30분 내내 관람하는 것과 같다. 나홍진 감독은 서스펜스를 만들기보다 끊임없이 잔혹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생산한다. 이때 관객이 느끼는 것은 놀라움과 호기심보다는 순수한 불안과 공포다. <황해>는 그렇게 영상만으로 관객에게 쇼크(충격)를 전달한다.

물론 현대 영화에서 어떤 양식이 더 훌륭한지를 논하는 것은 어렵다.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나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는 특별한 서스펜스가 없다. 히치콕이 말한 것처럼 '갑자기 꽝'하는 연속적인 액션의 합만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간다. 이러한 양식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즐거워질 수 있다. 15분의 서스펜스를 제공하지는 못 했지만 연속적인 15초의 놀라움들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상업영화 또는 오락영화로 평가받는 영화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5. 우리가 나홍진에게 기대한 것, 그리고 <황해>에 기대해서는 안 될 것 
전작의 성공을 뛰어넘지 못하는 작품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때 사람들은 2번째 작품을 소포모어 징크스라 부른다. 소포모어는 영어로 '2학년(Sophomore)'를 의미한다. <황해>를 말할 때 <추격자>는 자동완성기능처럼 떠오른다. <추격자>에 이은 2번째 상업영화 작품이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황해>도 소포모어 징크스에 해당하는 작품일까.

영화를 관람하고 네이버에 올라온 몇 개의 잘 된 영화 리뷰를 살펴봤다. <황해>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낸 리뷰가 적잖다. 나홍진 감독이 <완벽한 도미 요리>에서 보여줬던 불안의 미쟝센과 <추격자>에서 선사했던 아름다운 서스펜스를 <황해>에 기대했음이 틀림없다. 그 기대감만 버린다면 <황해>는 꽤 훌륭한 상업오락영화 중 하나다.

물론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에서 보여줬던 '서스펜스'는 너무나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추격자>에서 꼬마 아이가 엄마의 죽음을 예감하고 우는 장면에서 감독은 아이의 울음를 삼켜버린다. 노골적으로 감정을 전달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또 다른 공포와 불안감을 선사한다. 하정우의 연기가 섬찍한 것은 하정우가 칼을 들었을 때보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을 어떻게 아느냐도 물을 때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미학이자 서스펜스다. 하지만 미학이 영화의 잘되고 못됨 전체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황해>는 서스펜스를 통해 관객의 동요를 만들어가는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떻게 전달할 지에 대한 감독의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황해>에서는 단선적으로 이뤄진다. <황해>는 인간의 가장 저열한 부분을 보여주는 영화다. 개와 같은 인간의 천성, 그리고 치정과 돈의 문제를 전달하기 위해 나홍진 감독은 화면과 음향을 극대화한다. 호기심과 놀라움을 만들기보다 연속적으로 잔혹한 장면을 노출시킴으로서 관객에게 흥분, 불안, 그리고 공포를 전달한다. 

6. "바다를 건너자 모두 적이 됐다!"
다른 네이버 영화 리뷰에서 <다크 나이트>와 <황해>를 비교하는 것을 봤다. <황해> 전반에 흐르는 주제의식이 없음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는 블록버스터다운 스펙터클한 액션과 음향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뿐 아니라 선과 악의 대립과 유착이라는 주제 의식을 영상에 매우 훌륭하게 그려냄으로써 재미와 철학 2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으로 호평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에 주제 의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보면서 주제 의식을 기대하지 않거나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에서 사회 비판 의식을 찾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황해>에는 선과 악에 대해 고민하는 인물이 없다. 그 비슷한 상징도 없다. <황해> 포스터에서 말하듯 '바다를 건너자 모두 적이 될' 뿐이다. <황해>는 그저 인간의 저열한 부분을 가장 극대화시켜 보여주고 들려줄 뿐이다. 나홍진 감독은 애초에 인간의 고민과 주제 의식을 영화에 담을 의도가 없었다. 인간이 개가 되는 순간을 그저 영화에 넣기를 바랐을 뿐이다. <황해>는 소포모어 징크스의 작품이 아니다. 차라리 나홍진 감독의 또 다른 영상 세계를 살필 수 있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영화다.

우리가 나홍진에게 기대한 것, 그리고 <황해>에 기대해서는 안 될 것. 이러한 기대감만 버린다면 <황해>는 극장에서 8,000원을 지불하고 관람하기에 돈이 아깝지 않은 웰메이드 상업오락영화임에 틀림없다.
 

덧. 선택과 집중의 문제에 있어 <황해>에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 엔딩 장면이다. 탁성은(구남 부인)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10~15초 가량 오랜동안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빠르게 나아가는 기차의 창 너머로 바깥을 응시하는 탁성은의 모습을 2초 정도만 강렬하게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2시간 30분 동안 잔혹한 이미지를 극대화해서 보여줬다면 이런 부분이야말로 '가리고 숨겼어야'하는 장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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